스포츠 담긴 책장

마인드 스포츠
(레인보우북스)

마인드 스포츠

학생선수를 위한
추천도서

마인드 스포츠

저자 GARY MACK, David Casstevens
출판사 레인보우북스

스포츠 담긴 책장

마인드 스포츠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

어떤 관점에서 인간의 시각은 별로 믿을만한 것이 못 된다. 엄밀히 말하면 우리가 보는 것은 ‘실제’가 아니라 ‘제한적인 인간의 시각 감각 기관을 통해 맺히는 상’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농구공은 분명 갈색인데, 고양이가 보는 농구공도 갈색일까? 내가 보는 색이 진짜일까 고양이가 보는 색이 진짜일까? 고양이 의견은 무시하고 인간 마음대로 농구공이 갈색이라고?

화폭에 세상을 투영하고자 했던 화가들은 보이는 그대로를 정확히 그리려고 노력했고(사실주의), 빛의 양에 따라 달라지는 색채를 의심하고는 대상의 색깔을 뭉개기 시작했으며(인상주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형태를 의심하고는 형태를 뭉개기 시작했다(입체주의). 이제는 인간의 눈을 의심하는지 대상 자체를 없애버렸다(색면추상).

그런데도 우리 인간은 시각에 의존적인 삶을 살아간다. 보기 전까지는 잘 믿지 않는다. 과학과 일상의 경험이 공기, 중력, 사랑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많은 것들이 존재함을 알려주었지만 세상은 아마도 더 많은 보이지 않는 것들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다. 우주적 관점에서 인간의 시각은 지극히 제한적일 테니까. 초미세먼지가 이렇게 해로울 줄이야. 10년 전에는 상상도 못 했다. 그러니까,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것이 존재함을 늘 의심할 필요가 있다.

물론 스포츠에서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경기력을 향상하기 위해서 고된 훈련을 견디어 낸다. 훈련과 식사를 포함한 운동선수의 일상은 경기력 향상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스포츠는 육체적이고 경기력은 육체적 능력인 것 같지만 사실 여기에도 초미세먼지처럼 보이지 않는 매우 치명적인 요인이 작용한다. 바로 우리의 마음이다. 마음을 훈련하지 않고서는 결코 최상의 경기력(performance)을 발휘할 수 없다. 별것도 아닌 페널티킥이 반 대항 체육대회 승부차기에서는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이 되는가.

연못이 놓인 홀 앞에서 우리는 이렇게 말한다. “물속에 빠트리지 말자! …
행동은 생각과 이미지를 따른다. …
만약 우리가 “물속에 빠트리지 말자!”라고 말하고 물을 쳐다본다면,
수중 무덤 속에 공을 수장시키라고 마음에 명령을 내리는 것과 같다.
우리의 마음은 가장 지배적인 생각을 기억한다.
“물속에 빠트리지 말자”라는 말보다는
“핀의 오른쪽 8m 지점쯤에 공을 보내자”라는 어떤가?
마음이 만들어 놓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 page.13

경기력의 절반은 마음의 몫이다. 존 우든이 말했던 것처럼 “준비에 실패하는 것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인데 대부분의 스포츠 선수는 육체를 훈련하는 것과 다르게 마음을 훈련하는 것에는 익숙하지 않다. 마인드 스포츠, 이 책은 스포츠 선수들이 어떻게 마음을 훈련하고 최고의 경기력을 끌어낼 수 있는지에 대해 말해준다. 미국에서 오랫동안 스포츠 선수들의 심리 상담을 해온 저자, 게리 맥이 다소 학문적이고 딱딱할 수 있는 스포츠 심리학의 내용을 실제 선수들의 사례를 통해 일상의 용어로 친절하게 전해준다.

승리와 환희로 가득 찬 마음, 최고의 경기력을 만들다

“제1부 마음을 훈련하라”에서 저자는 “마인드 짐(the mind gym)”을 만들 것을 요청한다. 마인드 짐이란 마음을 훈련하고 준비하는 곳이다. 운동선수는 육체를 훈련하듯 마음도 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축구황제 펠레도 마음속에 훈련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펠레)는 시합이 시작되기 1시간 전에 선수 대기실로 가서는 수건을 2장 집어 든다.
그리고는 조용한 구석으로 간다. 길게 누워서 수건 한 장은 베개로 머릿 밑에 놓고,
다른 한 장으로는 두 눈을 덮는다. 그리고는 마음의 카메라를 돌리기 시작한다.
마음의 눈을 통해서 그는 브라질의 해변에서 축구를 하던 어린 시절의 자신을 본다.
부드러운 바람결도 느낀다. 소금기가 밴 공 냄새도 맡는다.
그는 자신이 얼마나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
자기가 얼마나 축구를 사랑하는지를 다시금 기억해낸다.
그런 후에는 월드컵에서 해낸 멋진 순간들을 다시 떠올려보고
승리의 기쁨이 충만했던 느낌들을 다시 느껴본다. 이 이미지들이 천천히 사라지도록 놓아둔다.
그리고 잠시 후 있을 경기에 대해서 사전 연습을 하기 시작한다. 상대방을 떠올린다.
수비 선수들을 뚫고 공을 몰고, 헤딩으로 공을 받고, 골을 넣는 자신을 떠올린다.
혼자서 이렇게 약 30분을 보낸 후에, 펠레는 스트레칭한다.
사람들의 환호 소리와 함께 스타디움으로 총총 들어가게 되면,
그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완전하게 준비가 된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page.19~20

올레 군나르 솔셰르 ⓒ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공식웹사이트

전 세계의 스타 선수들이 놀라운 경기력을 펼치고 늘 승리와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 이유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들이 육체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준비되었기 때문이다. 최정상급 리그인 EPL이나 MLB에서 잘 나가는 팀이 한 번 패하는 것은 그럴 수 있어도 2연패를 하게 되면 언론은 지나친 걱정이 담긴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것은 비단 마우스 클릭을 유도하는 수작이나 호들갑만은 아니다. 연이은 패배는 선수들의 마음속에 패배 의식을 퍼트리기 때문이다.

경기에 패한 팀에게 가장 무서운 것은 잃어버린 승점 3점이 아니라 스멀스멀 피어나는 패배 의식이다. 마음이 패배로 점령당한 상태에서는 결코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다. 올 시즌(18-19)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전반기 내내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후반기에는 전혀 다른 팀이 되었다. 그리고 변화의 기점에는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의 부임이 있다. 평론가들은 달라진 맨유에 대한 다양한 평을 내놓았지만 단연 지배적인 해석은 솔샤르 감독이 맨유의 위닝 멘탈리티winning mentality를 회복시켰다는 것이다. 감독으로서의 커리어만 보면 솔샤르는 전임자였던 무리뉴에 비해 부끄러울 만큼 초라한 위치에 있다. 그러나 맨유의 에드 우드워드 부회장은 최근(3월 말) 솔샤르를 정식 감독으로 부임시키며 맨유의 감독으로서 그가 왜 무리뉴보다 적합한지를 설명했다.

경기 내용과 결과뿐만 아니라 솔샤르는 풍부한 경험을 선수와 지도자로 가졌다.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했을 뿐만 아니라 팀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잘 알고 있다.
이것이 그가 맨유를 전진시킬 적임자라는 판단이 될 것이다

맨유의 달라진 경기력의 이유로 전술이나 훈련이 아니라 동기, 팀의 고유한 문화와 전통을 언급하는 에드워드 부회장은 경기력에 대한 마음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솔샤르도.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것처럼 마음을 훈련하고 준비하는 것이 경기력에 얼마나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이미 다수의 연구가 수행되었다. 행동은 생각과 마음을 따르게 되어있다. 걱정과 패배로 가득한 마음은 승리를 위한 경기력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고 싶다면 마인드 짐을 만들고 내 마음이 승리와 환희로 가득할 수 있도록 마음을 훈련해야 한다. 어떻게? 책을 마저 읽어보라.

‘노력하라, 편안히’ 마음까지 훈련하기

개인적으로 가장 큰 인상을 받았던 부분은 27장 “노력하라, 편안히try easier”이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반복적으로 든 생각이 있다. “선수 시절에 이 책을 읽었더라면..” 그리고 27장을 읽을 때는 이 생각이 육성으로 나와버렸다! 이 장은 힘을 빼야만 비로소 더 빨리 뛰고, 더 멀리 때리고, 더 정확히 던질 수 있다는 스포츠의 비밀을 알려준다. 이 비밀은 심리학적으로뿐만 아니라 운동 생리학적으로도 설명이 가능하다.

수의근은 서로 반대로 작용하는 한 쌍의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다.
달리기와 다른 많은 운동 종목은 한쪽 근육이 수축하면
다른 한쪽은 이완할 때 가장 효과적으로 행해질 수 있도록 되어있다.
최고 속도로 달리면 선수들은 모든 근육(길항근과 항근)들을 사용하게 된다.
이 근육들은 가속시키면서 동시에 저속시킨다. 근육들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최고 속력으로 달릴 수 없도록 만든다.
그러나 90%의 노력으로 달리게 되면 달리기 선수는 많은 근육 에너지를 발산하지만,
동시에 최고 수행을 방해하는 저항근들을 이완시킨다.

page.191

나는 어릴 적(중고등학교 학생선수 시절)에 문학에는 관심이 없었지만 소위 자기개발서는 종종 읽었다. 나름 꿈에 대한 열정은 넘쳐났기에 뻔한 말의 나열(성실해라, 열심히 해라..)에 불과했던 자기개발서 코드가 잘 들어맞았던 것 같다. 그러한 책들이 늘 말하는 것처럼 확고한 다짐과 성실이 뒷받침하는 노력으로 이룰 수 없는 것은 없다고 결의에 차 있던 나는 지나칠 만큼 열심히 했던 것 같다. 그 이면에는 이런 마음도 있었다. “이 모든 시간이 지나가고 후회하지 않으리라.” 그 결과 나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고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최선을 다한 것을 후회한다.

물론 강압적인 분위기도 한몫했겠지만, 그때 나는 힘을 빼야만 더 강한 슛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을 비워야 물 흐르듯 플레이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정확한 자세와 메커니즘을 신경 쓰느라고 자연스러운 타이밍과 본능적 감각을 발휘할 수가 없었다. 최선을 다해서, 더 열심히 뛰어야 한다는 강박감에 대회 때마다 내 몸은 뻣뻣했다. 축구를 자주 하는 사람은 안다. 생각을 비우고 마음이 편할 때는 공이 발에 붙는다. 그러나 약간의 긴장이 혹은 강박감이 마음에 침투하면 공이 그렇게 미끄럽다. 훈련된 몸이 본능으로 실력을 발휘하도록 놓아주지 못했던 것이다.

대학 진학을 앞두고 결국 운동을 그만두었다. 잘 못 해서 갈만한 대학이 없었다. 다시 돌아가도 더 열심히 하지 못할 만큼 내 일상을 통제하고 열심히 훈련했다. 야간이고 새벽이고 늘 개인 훈련을 했고, 남들이 열 번 하면 열한 번씩 했다. 그러나 나는 마음을 훈련하지 못했다. 경기력을 향상하기 위해 몸뿐만 아니라 마음까지도 훈련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일까. 나는 노력한 만큼 잘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시간이 행복하지 않았다. 한때는 그토록 즐거웠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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