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 숨은 과학이야기

육각형과 오각형의 절묘한 조화

축구공의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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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각형과 오각형의 절묘한 조화

세계인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국제행사가 있습니다. 바로 올림픽과 월드컵입니다. 올림픽은 다양한 종목의 운동경기가 치러지지만, 월드컵은 ‘축구’만으로 경기를 펼칩니다. 그만큼 축구에 대한 세계인들의 사랑과 관심은 아주 뜨겁습니다. 그리고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만큼 더 좋은 경기를 위해서 선수들은 물론 축구에 관련된 각종 용품을 제작하는 회사에서는 각종 첨단과학을 적용하고 있습니다. 축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축구공도 마찬가지입니다. 과연 축구공에는 어떤 과학의 원리가 숨어져 있을까요? 이번 ‘스포츠에 숨은 과학 이야기’에서는 축구공의 과학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32개로 이루어진 정다면체의 비밀

지금은 축구 경기장은 물론 축구공, 축구화, 유니폼 등 전문적인 시설과 장비가 마련되어 있지만, 50~60년 전만 해도 돼지오줌보나 짚을 동그랗게 말아서 축구공으로 사용했었습니다. 발로 차도 돼지오줌보나 짚이 둥글게 잘 부풀어 있고 원형을 유지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축구공이 만들어진 것은 언제일까요? 1872년 영국 축구협회에서 ‘공을 가죽으로 만들어서 사용해야 한다.’는 수칙을 만들었지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만들어야 한다는 정확한 규격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 나라마다 축구공의 크기나 모양이 달랐습니다. 제1회 월드컵이었던 1903년 우루과이 월드컵 결승전에서는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서로 자기네 공을 쓰겠다고 싸우다가 전반전과 후반전을 나누어 한 번씩 각자의 공을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본인들의 축구공을 사용한 경기에서 좋은 성격을 내게 되었습니다.

똑같이 동그랗게 생긴 것 같은 축구공이지만, 어떤 축구공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경기력의 차이를 보입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우리에게 익숙한 하얀색 육각형 가죽 바탕에 검은색 오각형이 군데군데 있는 무늬의 축구공입니다. 요즘에는 다양한 디자인과 컬러의 축구공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축구공은 당연히 이 육각형과 오각형이 조화된 모양입니다.

축구공에는 왜 오각형과 육각형이 섞여 있을까요? 바로 총 32개의 오각형, 육각형 외피로 공을 만들 때 가장 구에 근접한 모양이 되기 때문입니다. 스위스의 수학자인 오일러(Leonhard Euler)가 정리한 ‘다면체 정리’에 따르면, 오각형으로 다면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12개의 오각형이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12개의 정오각형을 기본으로 하고 20개의 정육각형 모양의 가죽을 연결하여 원형에 가장 가까운 축구공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쉽게 말하면 ‘구’의 형태가 아닌 ‘깎은 정이십면체’인 정다면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모양은 축구 선수들이 축구공을 발로 많이 차더라도 모양이 쉽게 변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다면체는 부드러우면서 잘 튈 수 있도록 탄력을 갖고 있습니다. 또한 가슴과 머리로도 공을 받아내야 하기 때문에 너무 단단해서도 안 됐습니다. 즉, 이 모든 조건을 갖춘 축구공을 만들기 위해 최고의 안정과 균형감을 갖고 있는 정다면체를 적용하게 된 것입니다.

이후 12조각, 18조각, 48조각의 가죽으로 이루어진 다양한 축구공도 만들어지긴 했지만, 현재까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선호되는 것은 32조각의 축구공입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아디다스 사가 제작한 ‘텔스타’가 최초의 32조각 정다면체의 축구공이라고 할 수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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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공의 변천사

텔스타 이후 축구공은 계속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19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에서는 고전 춤인 탱고를 형상화한 디자인의 ‘탱고’를 선보였습니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는 ‘탱고 에스파냐’가 등장했는데, 가죽 조각 사이에 방수처리를 한 최초의 축구공이었습니다. 수중 전에서 물을 먹어 무거워지는 축구공의 단점을 보안했던 것이죠. 또한 기존 천연가죽에 폴리우레탄을 첨가하여 탄성과 반발력을 높임으로써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사용된 ‘퀘스트라’는 공의 가죽에 공기층을 넣어 한층 반발력을 높였습니다. 볼 표면에는 기초 강화플라스틱을 사용해 반발력, 회전력, 탄력, 컨트롤 능력을 향상시켰습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때 사용한 ‘트리콜로’는 고 압력의 공기방울을 규칙적으로 배열하여 탄성 및 반발력을 극대화했습니다. 표면 또한 매끄럽게 만들어 공기저항을 최소화시켰기 때문에 공격수들이 상당히 선호했던 공이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사용됐었던 ‘피버노바’는 역동적이고 파격적인 디자인을 적용해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혁신적인 14개의 패널로 이루어진 ‘팀가이스트’가 탄생했습니다. 8개의 정육각형과 6개의 정사각형으로 이루어진 모양으로, 이전 축구공에 비해 더 ‘구’에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는 최초로 곡선 모양으로 만들어진 8개의 입체 패널의 ‘자블라니’,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는 역사상 가장 적은 수인 6개의 패널로 제작된 ‘브라주카’가 탄생했습니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사용된 ‘텔스타18’은 다각형 모양의 패널로 역대 공인구 중 가장 완벽한 ‘구’의 모습을 갖추고 있습니다.

◎ 참고자료 : 스포츠 속에 과학이 쏙쏙!!(저자 손영운‧김은선 / 출판사 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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